“생계형 뉴타운 위원장 다 죽는다”

김용기 괴안9B 위원장 23일부터 부천시장실 앞에서 농성 “뉴타운 반대행정 중단하라”

| 입력 : 2012/07/24 [11:49]

23일 오전 부천시청 시장실 앞 복도에 한 남성이 신문지를 깔고 누웠다. 그는 “이제 더 갈 곳이 없다”며 “이 곳에서 죽든지 살든지 결판을 보겠다”고 말했다.

김용기 괴안9B구역 추진위원장이 부천시장실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불이나 생수 같은 기본적인 준비도 없이 몸만 나온 김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한숨만 쉬었다.

그의 눈에는 뉴타운을 홀대하는 김만수 시장에 대한 원망, 경제적으로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죄책감, 뉴타운 사업에 헌신해 온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이 가득했다. 

-어떻게 농성을 시작하게 됐나?

=지난 3년간 뉴타운을 추진하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부천시는 김만수 시장 취임 후 뉴타운을 홀대하고 있다. 뉴타운이 제대로 가지 못하도록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계속 보냄으로써 사업을 정체시키고 있다. 그런 상태로 수 년이 지나니까 추진위원회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겠다는 대책도 없다. 그냥 말려 죽이려고만 한다. 참고 참다 왔다. 막다른 골목이다. 

-부천시 뉴타운 행정에 어떤 문제 있나?

=부천시는 뉴타운 행정에 대해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뉴타운 재개발 추진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뉴타운개발과는 왜 있나? 도정법이나 도촉법이나 부천시의 뉴타운개발과나 다 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고 부서다. 그런데 부천시는 중립이라고 한다. 그게 잘못됐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사업이 잘 가도록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부천시가 촉진계획까지 만들면서 주민들에게 사업을 강제하지 않았나?  

-부천시 뉴타운 행정이 중립이 맞나?

=아니다. 부천시 뉴타운 행정이 크게 잘못된 것은 실은 중립도 아니라는 점이다. 김만수 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 재개발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커졌다. 이곳저곳에서 이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부천시 정책도 마찬가지다. 비대위 키워주기에 이어 전국 최초로 우편투표 실시해 구역 죽이기, 소극적인 행정지원으로 일관하기, 촉진계획 변경용역 중단하기, 각종 기자회견 등을 통한 반대 목소리 높이기 등이 알게 모르게 추진됐다.

부천시는 사업성을 올리는 작업을 통해 뉴타운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5월에 시작한 촉진계획 변경용역이 아직도 끝이 안났다. 언제 끝날지 아직도 모른다. 공람공고를 한다는 날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내용도 각 추진위와 조합이 기대한 것보다 못미친다.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부천시는 엄청난 이득을 얻는다. 공짜로 도로, 공원, 주차장을 확보해서 한 구역당 수 천 억원의 이익을 얻는다. 이런 이익을 부천시가 내놓아야 한다. 근데 사업성 상향 작업(촉진계획 변경용역)하는 걸 보면 부천시는 자기 이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김만수 시장을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나?

=뉴타운 재개발 문제로 모든 구역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히 자금문제로 어려움이 많다. 이 사업은 자체개발 사업이 아니다. 경기도와 부천시가 정책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그렇다면 경기도나 부천시나 사업이 어려울 때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나. 부천시는 그저 주민들에게 떠넘긴다.

만약 김만수 시장이 뉴타운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좋다 하지 않겠다. 다만 그동안 투입된 비용을 다 줘야 한다. 일부만 주겠다는 말은 잘못됐다. 자기들이 하라고 해서 했는데 이제 와서 경기가 안좋으니까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 동안 쓴 비용은 일부만 주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뉴타운을 안할 수도 있나.

=안 할 수 있다. 안 해도 된다. 이제 미련도 아쉬움도 아무 것도 없다. 부천시가 그 동안 해온 대로 우편투표 해서 결정해라. 작년에는 가칭 단계에 있는 곳만 우편투표를 실시했는데 다 우편투표 해라. 다 해서 결정하면 되지 않나. 기준도 부천시 맘대로 정해라. 기준을 주민 30%로 잡든 20%로 잡든 회수율을 몇 %로 하든 부천시가 알아서 해라. 어차피 할 마음도 없으면서 주민들 핑계로 요식행위 하려는 것 아닌가. 

-추정분담금 예측프로그램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갑자기 추정분담금 예측프로그램이 공개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뉴타운 사업이 가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도만 있는 것 같다. 경기도와 부천시가 자기들 맘대로 종전자산평가액, 분양가 등을 정해서 추정분담금을 발표할 정도면 주민들 핑계대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주민들이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런 사람들이 촉진계획 변경용역을 하면서 과거 촉진계획을 바탕으로 추정분담금을 발표하나? 정말 이 사업을 할 마음이 있다면 새로운 촉진계획을 바탕으로 사업성을 분석해 발표하는 것이 맞지 않나. 

-정비업체들의 상태는 어떤가?

=잘 알다시피 각 추진위는 정비업체들의 지원을 통해서 사업을 추진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비업체가 고사위기다. 이 때문에 최근 1년간 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했다. 운영비가 없으면 무슨 돈으로 사업을 하나.

하우스푸어 얘기들을 하는데 부천뉴타운 대부분 구역 집주인들이 하우스푸어다. 나도 집만 하나 있지 하우스푸어다. 뉴타운에 관련된 모든 업체들이 대부분 고사위기다 보니 어디서든 운영비를 받을 곳이 없다.

뉴타운 반대하는 사람들은 위원장이 어디서 뒷돈 받는 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가 뒷돈을 주나. 업체들이 돈도 없거니와 있다고 해도 주지도 않는다. 

-개인적인 어려움도 크겠다

=가장으로서 한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내에게 미안하다. 그동안 내 가정을 팽개키고 이 사업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제 이 사업에 대한 미련도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사업도 못하게 하고 굶어죽게 만드는 부천시에 대한 원망 뿐이다. 수면제를 먹고 죽을 각오로 나왔다. 정말이지 이제 절벽이고 벼랑이다.

-인터뷰 후에 김용기 위원장은 시청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최기용 창조도시사업단장실로 갔다. 5분간 얘기를 하던 김 위원장은 이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맨날 똑같은 소리 뿐이야. 이 사업은 주민들이 결정한대. 주민들이 정확하고 바른 정보로 사업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지 부정적인 신호만 보내고 반대취지의 행정만 하면서 주민들이 판단해? 도둑놈들...” 김용기 위원장의 얼굴에서 분노가 끓어 올랐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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