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겸손의 문’을 내자

김인규 … 전 부천시 오정구청장

장재욱 기자 | 입력 : 2024/05/27 [07:50]

 

 

오는 530일이면 제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지난 410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의 특징이라면, 21대보다 지역구가 1석 늘어나고 비례대표는 1석 줄었다는 점이다. 지역구 254명과 비례대표 46명으로 총 숫자 300명은 변함이 없다. 투표율은 제14대 총선 이후 최고치인 67%였고, 38개의 정당이 등록한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는 51.7센티미터로 역대 최장을 기록했는데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정당들도 많아 혼선을 가져오기도 했다.

 

당선자 분포를 보면,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포함 175,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례 포함 108,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만 낸 조국혁신당 12, 개혁신당 비례 포함 3, 새로운미래 1, 진보당 1명이다. 이 가운데 초선이 131명으로 전체의 43.6%를 차지했다. 야당이 압승하고 사실상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결과로, 앞으로의 국정 수행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 불 보듯 하다.

 

곧 시작될 22대 국회의원 임기를 앞두고 의원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필자는 바로 겸손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운동 기간에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공통으로 유권자인 국민을 겸손한 자세로 잘 섬기겠다고들 했다. 왜 그토록 겸손을 중요하게 여길까? 겸손해서 손해 볼 일은 없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겸손함도 자산이라 했고, <명심보감>에는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은 중요한 자리에 오를 수 있지만, 남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골프를 배울 때도 머리를 들지 말고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그럼에도 막상 필드에 나가면 잘 지켜지지 않아 실수를 범한다.

 

▲     김인규 전오정구청장 

 



131명의 초선 의원들 중에는 어쩌다 의원이 된, 즉 요건은 되나 당선은 안 될 사람도 있다고 들 한다. 초선이나 재선 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이력들을 가지고 있다. 당사자들 스스로 자신을 뒤돌아볼 일이다. 또한 정부 각 부처에서 하는 일에 있어서도 직업 공무원들보다 더 잘 알 수 없을 것이기에, 체면을 떠나 이들에게 배우고 스스로 공부해서 공직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공무원들은 신규 임용 교육을 받는다. 9급은 3, 6급과 7급은 5, 5급은 17주간 공직 수행 전반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에게는 이런 과정의 교육이 없다. 겸손한 자세로 헌법 제47조에 명시된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고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겸손하면 청렴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조선시대 청백리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불미스러운 일에 관여되어 매스컴에 나오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동도서에 많이 소개되는 맹사성의 일화는 유명하다. 19세 나이에 급제하여 파주 군수로 부임 후 노승과 대화를 하던 중 교만하여 문을 박차고 나가려다가 문지방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맹사성을 향해 머리를 숙이면 부딪칠 일이 없다고 한 노승의 일침에 맹사성은 크게 깨달았다. 교만과 자만심을 버리고 오직 겸손함으로 백성을 섬기라는 의미를 깨달은 뒤 청백리로 관직을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공직을 맡은 많은 이들이 말로는 겸손을 강조하지만, 말에만 그칠 뿐인 경우를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겸손을 어떻게 몸에 배이게 할 수 있을까. 물리적인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머리 숙일 일이 없이 살아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클 것이다. 환경이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2대 임기를 시작하는 의원들이 각자의 의원실과 본회의장을 들어설 때 겸손의 문을 지나면서 절로 머리를 숙이게 되면 어떨까. 국회의원만이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 집무실 문지방을 낮춰 겸손의 문을 낸다면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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