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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식(寒食)을 되짚으며...:경기인신문

<기고> 한식(寒食)을 되짚으며...

당현증 … 前부천시의회의원

| 입력 : 2020/04/07 [10:25]

 

한식은 글자 그대로 찬 음식을 일컫는다. 흔히 알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의한 새봄을 맞이하면서 필요한 구화(舊火옛불)를 신화(新火새불)로 교체하는 빈 시간에 불이 없어 겪으면서 먹는 찬 음식을 의미한다. 그만큼 불이 흔하지 않은 시절에 임금의 은덕을 백성에게 알리고자 했던 시절의 이야기로서 왕이 내려주는 은혜로 내려주는 불이라 하여 사화(賜火)라고도 한다.

반면에 중국에서의 전설 같은 이야기는 그 결을 많이 달리한다. 이른바 개자추 전설(介子推傳說)이다. 왕위에 오르기 전 긴 세월을 지근거리에서 돌보던 신하였던 개자추를 왕이 되고나서 개자추에게 왕이 등을 돌리자, 개자추는 산 속으로 피신해버린다. 왕은 그를 불러들이기 위해 개자추가 숨은 산에 불을 놓고 결국 개자추는 어머니를 안고 버드나무 아래서 불에 타죽게 된다. 그 뒤 이유를 알게 된 백성들이 그를 애도하고 기리는 의미에서, 타 죽은 사람에게 더운 밥을 주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 하여 불을 금하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고 전한다.

신화(新火)는 임금의 은덕을 알리는 홍보성 강한 이야기이고, 개자추의 사건은 왕의 배신에 대한 백성의 항변을 대신한 민심의 반영으로서의 전설적인 이야기이다. 시작은 두 이야기 모두 왕으로부터 비롯된다. 명령의 방향성에 대한 반응의 차이이다. 은덕에 대한 감사인가 아니면 그 배려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의 결정권의 독립적인가의 문제다.

지금은 민심의 심각한 분열을 유난히 경험하는 시절이다. 권력의 권한에 대한 편가름이 자의적이라기보다 맹목이라는데 우려가 깊다. 절대 권력의 입장에서 부여하는 은덕을 기리는 쪽과 그 은덕이 불편부당하다고 거절하는 쪽과의 나뉨이 깊고 멀어지는 것을 절감한다. 이른바 이념의 간극이다.

이념은 한 시대나 사회 또는 계급에 독특하게 나타나는 관념, 믿음, 주의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풀이된다. 관념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생각은 아니라는 점에서 편가름의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다. 믿음은 신뢰를 근간으로 확신에까지 이르는 동류의식과 함께 이해관계에도 관여될 수 있는 기재다. 주의는 이데올로기의 중추다. 시간과 공간으로서의 이념은 다기 다양할 수밖에 없는 망사형의 구조다.

지금 정부에서는 창궐하는 역병(疫病)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위로적 하사금(?)에 대한 紛紛한 의견으로 異論이 격하다. 선별해서 하사(?)할 것인가 모두에게 줄 것인가의 구분도 베푸는 측에서는 결정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듯하다.

정치의 꽃은 선거이고 그 열매는 투표의 결과다. 재난의 근원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건 자연을 거스른 분명한 인재(人災). 그것을 핑계 삼아 바라는 결과를 얻으려고 주는 측에서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받는 측은 비참해진다. 그 시혜로 감싼다는 이유로 매도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라면 의도가 불순해진다. 성숙한 사회의 지민(知民)에게는 결코 수용하기 거북하고 불편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사화(死火)할지언정 한식을 먹어야하는 분명한 이유를 어두운 계절에 만나는 지민은 그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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