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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칩(驚蟄)을 지나며, 문득:경기인신문

[칼럼] 경칩(驚蟄)을 지나며, 문득

당현증 … 前 부천시의원

| 입력 : 2020/03/09 [09:23]

경칩은 24절기 가운데 우수(雨水)와 춘분(春分)사이에 놓인 절기다. ()의 사전적 의미는 놀라다, 겁내다. 두려워하다. 동요하다. 어지러워지다. 떠들다. 일어서다. 빠르다. 신속하다로 다양하다. 이를 잘 배열해보면 우한코로나를 닮은 것 같아 다시 놀란다. 처음엔 그저 말로 떠들다가 확산이 빠르고’ ‘어지러워’ ‘동요하고이제는 세계가 모두 두려워하고겁내고있지 않은가?

숨다. 틀어박혀 나오지 아니하다. 겨울잠 자는 벌레. 고요하다의 의미를 지닌 () 역시도 놀라움에 또 한 번 경이롭다. 우한 역병(疫病)으로 인한 방어 자세로 겨울 잠 자는 벌레처럼 숨으려틀어박혀 나오지 말아야하고 이제는 거리마다 공포로 고요하기이르데 없지 않은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는 다양하다. 자연의 섭리다. 봄은 약동의 시작이고 신호탄이다. 시인 T.S 엘리어트는 (4)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 것 또한 이채롭다. 언 땅에서의 기지개는 예비운동에 해당한다. 움직임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땀과 피로를 결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봄이 오기 전에 우리에겐 고통과 공포의 역병(疫病)이 와야 할 봄보다 앞장서 나타난 것이다. 불행이다.

경칩은 봄의 전령이지만 뜻하지 않게 불행의 전주곡이 된 건 인간의 오만이거나 자연을 거스른 참혹한 결과다. 참혹은 그 끝이 잔인하거나 한계가 분명하다. 죽음을 의미한다. 인간으로서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자연의 요구는 겸손과 염치로서의 낮아짐일 것이다. 눈부신 문명의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어두운 그림자는 외면과 숨김이기에 오만에의 횡포였다.

이제는 철저하고 처참한 고립만이 불안을 넘고 공포로부터의 비켜감이고 벗어남이다. 인간이 자처한 인간의 업()이고 자작자수(自作自受). 人間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망일터인데 능동적 고립이라니, 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그렇다고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기다리고만 있다는 건 더욱 안타깝다. 넘어진 자리를 살피고 일어날 방법을 살펴야 한다.

隔離(격리)가 답은 아니어도 슬기로운 단절은 있지 않을까? 격리는 통하지 못하도록 사이를 막거나 떼어놓는 것이고 환자를 따로 옮겨 분리하는 것이다. 코로나19의 바이러스가 접촉에 의한 전염임을 감안할 때 방어와 극복의 두 가지 방법이라면, 철저한 개인위생과 바이러스의 특성을 밝히는 일 일터인데, 방법은 경험으로 얻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차분한 이성을 필요로 한다.

人間이기에 접촉은 삶이고 생존이다. 슬기로운 접촉은 배려와 존중이다. 내가 나를 먼저 알고, 남의 처지를 헤아리고 서로의 입장을 고려함이니 (역지사지)易地思之. 달리 보면 진정한 인간관계의 철저한 살핌이고 돌아봄이다. 격리가 공간적 분리임을 감안하면 이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마음씀이고 더욱 애뜻함의 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니 애절을 요구한다. 그래도 견뎌야 한다. 그럼에도 견디기로 해야 한다. 거룩한 내려놓음이고 아름다운 치유에의 능동적 이별이다.

경칩에 고로쇠나무의 수액으로 위장병을 달랜 조상은 산을 찾아 치유의 방법을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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