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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근성(根性)의 뜨락에서

당현증 … 前부천시의원
< 경기인신문 www.kknews.kr 2019년 10월 09일 (수) 0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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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秋分)이 지나고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 <철종실록>의 기록에는 추분 날 종치는 일조차 중도의 균형 감각을 바탕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도 덜도 치우침이 없는 날이 추분이므로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곳에 덕()이 있다는 뜻의 중용과 일맥상통하는 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추분엔 향()에 대한 의미도 있었다. 추분의 들녘에 서면 벼가 익어가며 구수한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를 한자로 '()'이라고 한다. '벼 화()' 자와 '날 일()' 자가 합해진 글자로, 한여름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자란 벼는 고개를 숙이며 그 안에 진한 향기를 품는다. 추분은 중용과 내면의 향기와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시절이다.

올해는 유독 더위와 함께 가을의 문턱에서 태풍으로 농작물의 피해 컸다.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물은 땅을 기반 삼아 뿌리를 내린다. 근성(根性)에 관계된 품성이다. 근성은 생성과 더불어 특징 지워지는 성질이다. 부정적 의미로는 뿌리가 깊어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일컫는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일에 대하여 포기를 모르고 끝까지 버티거나 완성을 향한 굳은 의지로도 쓰인다. 모두 성정(性情)이 자리한다는 게 공통이다.

지금 새삼 근성을 떠올리는 이유는 국민간의 분열과 갈등의 깊은 추락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키려는 방어벽과 포기와 양보를 저버린 공멸과 브레이크 없이 마주 향한 폭주를 보고 느낀다. 사태의 발단이 물론 정치권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불행한 근성의 오독된 해석이다.

소설 [광장]은 극단으로 치닫는 분열 근성의 폐해와 갈등의 해결을 위한 선택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례가 아닐까?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 과정에서의 곤고(困苦)함은 버리고 떠나감이 답이다. 3지대적 새로운 근성의 탄생이다. 과연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지인 신천지는 있을까? 아니 있을 것인가? 시간은 그 가르침을 무엇으로 보여줄지 기다림으로 대신하기엔 지금이 힘겹다.

한로(寒露)는 이슬이 얼굴이다. 국화를 벗으로 삼는다. 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근다. 높은 산에 올라 수유열매를 머리에 꽂기도 하는데 그 붉은 열매가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옛날이 그립고 아름다운 건 자연을 벗 삼아 교감을 이룰 수 있고 근성에 대한 긍정과 수용의 무연한 태도와 자세일 것이다. 뜨락의 가을은 길지 않아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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